들어가며
3년만에 쓰는 회고. 쏜살같이 지나간 2023년 돌아보기.
회사
업무
서비스 개발과 디자인 시스템 제작이라는 2개의 맥락을 오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위임과 익숙함으로 맥락 전환 비용이 낮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하나가 바빠지면 뇌가 더 퇴화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팀
디자인 시스템 업무를 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베트남 개발자들과 협업을 하게 됐다. 예전에 하노이에서 경험했던 베트남 개발자들의 똑똑함과 친절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나름의 개인 주의가 존재하는 한국과 다르게 베트남은 단체로 뭉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팀과 비교해 봐도 베트남 팀이 좀 더 결속력이 높고 팀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
기술성장위원회
2년 임기를 다 채우고 전반기에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기성위(기술성장위원회). 매주 전사 FE 개발자들이 모여 정보를 나눌 수 있는 FE 라운지 운영뿐만 아니라 신입/재직자 교육, 성장 로드맵 등을 설계해 보면서 회사 안에서도 교육과 커뮤니티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시야가 넓은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얘기 나눴던 게 개인적인 성장에 도움된 것 같다.
루틴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평일, 주말 루틴을 찾은 점이다. 작년에 새로 집을 구하고 팀을 옮기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오피스로 출근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출근 전과 출근 후의 시간 관리, 주말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 관리가 중요했다.
결혼이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업무 외 시간을 온전히 내 시간으로 쓸 수 있었다. 물론, 회사 안에서 넓어진 활동 반경 때문에 회사에 좀 더 매몰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휴일에 아무 생각 없이 관성으로 오던 카페에 와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평일 퇴근 전후에 몰입할 수 있는 루틴을 다시 찾게 되어 다행이다.
집필
2018년에 책을 쓰고 다시는 책 안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무덤까지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상반기에 두 권을 출간했다. 하나는 2년 동안 고심해서(실은 밀리고 밀렸던..) 쓴 언어 책이다. Do it! Vue.js 입문처럼 최대한 얇게 써야지 생각했다가 실제로는 500 페이지를 넘겨버린 안타까운 분량의(?) 기술서다. 역시 책이란 쓰다 보면 욕심이 생겨서 어떻게든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쓰고 쓰다 보니 책이 두꺼워져버렸다. 그래도 다들 술술 읽힌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다른 하나는 첫 공동 저술서다. 회사에서 기성위 활동으로 만난 동료들과 회사와 FE 개발자를 홍보하기 위해 마음을 모았다. 원래는 회사 채용/홍보 목적이 강한 책으로 갈 뻔했으나.. 결론적으로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시니어, FE 팀 리더들의 에세이가 되었다. 한 동료의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다들 육아와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무사히 책을 출간했다. 공동 저술은 개인 플레이로 해결 가능한 개인 저술과 다르게 여러 명의 타임 라인을 조율해야 한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다들 책임감 있게 끝까지 잘 마무리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괜히 기성위에 뽑히신 분들이 아닌.. 😄 국내 첫 FE 개발 에세이라는 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강의
쉽게 시작하는 타입스크립트가 대략 2년 동안 강의 제작을 방해했다. 동시에 여러 개 하는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이라 책을 어떡해서든 빨리 끝내려고 했는 데 꽤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거의 2년 동안 온라인 강의를 찍지 못했다. 2021년에 준비하고 있던 여러 강의들을 올스톱하고 책에 매달렸다.
책을 시원하게 출간하고 나니 강의 욕이 불타올랐다. 콘텐츠 수급이 꽤 늦어진 탓에 긴 호흡의 강의보다는 짧고 굵은 강의 형태로 빠르게 재기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9,10,11월에 강의를 하나씩 냈다.
오랜만에 찍는 강의라 나름 걱정도 됐었는데 다행히 다들 좋아해 주셔서 기뻤다. 예전에 3~4년 동안 주말마다 오프라인 강의를 5시간씩 했었던 덕택에 아직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았다. 강의를 몰입해서 들어주는 수강생분들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대신 온라인 강의 특징에 집중하여 간결하고 담백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새해에는 더 좋은 강의로 수강생분들께 찾아가야지.
발표
발표는 예년보다 덜 한 것 같다. 밀린 출간과 강의 촬영에 집중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나름 회사 업무와 원래 예정된 작업들에 지장을 주지 않고 싶어서 횟수를 줄였던 것 같다.
- 4월 점핏 개취콘 타입스크립트 특강
- 8월 네이버 신입 공채 개발 직군 대상 특강
- 10월 점핏x삼성 타입스크립트 특강
- 10월 Devfest 북콘서트 오프라인 고민 상담소
- 11월 네이버 부스트캠프 타입스크립트 특강
올해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처음으로 신입 개발자 대상 특강을 했다. 보통 기술 강의만 주로 해왔어서 비기술 강의는 낯설었는데.. 생각보다 고민과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기술은 어떻게 보면 정답이 정해져 있는데 비기술 강의는 정답이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여튼 듣는 사람의 관점에서 공감할 수 있을 주제들로 상을 차리느라 꽤 애를 먹었다. 라떼나 꼰대 같은 발언을 하지 않기 위해 개발자 온보딩 가이드나 소프트웨어 장인 같은 책들도 열심히 읽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처음 읽어봤는데 은근히 현재 시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정리해 볼 수 있어서 나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10월과 11월에 진행한 발표들은 청중과 직접 마주하며 반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들 적극적으로 질문도 많이 해 주시고 발표 좋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역시 내가 왜 강의하는 걸 좋아하는지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멘토링
올해 멘토링은 2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2명씩 진행했다. 어림잡아서 대략 대학생과 실무자 50명 정도를 만난 것 같다. 취직, 이직, 공부 방법, 회사에서의 고민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했다. 나에게는 주말 1시간에 불과하지만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는 이 1시간의 의미가 훨씬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듣고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도움 받은 분들 중에는 나중에 자기가 원하는 걸 성취하고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평일에 지치거나 피곤할 때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과거에 훌륭한 멘토들을 만나 도움을 받았듯이 누군가의 앞 길을 환히 비춰주고 싶다.
성장
10월 발표에서 참가자 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캡틴판교님은 그렇게 오래 일하셨으면 이제 배울 게 더 없는 게 아닌가요? 다 아셔서 공부할 게 없으실 것 같은데..” 이 질문을 받자마자 무조건 반사로 답변했다. “저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은데요? 맨날 공부해요”
올해 나는 작년보다 더 성장했을까? 새로운 조직과 기술 환경에서 남들과 같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도메인과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과정 속에서 늘 배우고 기록했듯이 내 성장 경험치도 그만큼 더 쌓여갔을 거라 생각한다. 올해도 늘 그랬듯이 새해에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