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서적은 돈이 되는가?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지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시간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작년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집도 옮기고 팀도 옮기고 결혼도 하고.. 인생에서 굵직굵직하게 느껴지는 이벤트를 한방에 다 처리했네요. 이러저러한 핑계로 그간 글 하나 못 올린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글은 계속 꾸준히 쓰고 있었습니다. 공개가 안되었을 뿐이지.. ㅋㅋ

오늘은 무려 집필 기간 2년에 빛나는 기술 서적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글의 제목은 창의력이 뿜뿜 솟아나는 제 아내가 추천해 줬어요. 어그로 제목 한번 가자고. 네 그래서 이 글은 어그로성 제목을 달고 있는 저의 집필 후기입니다. 두 번째 저서 쉽게 시작하는 타입스크립트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후기 들려드릴게요.

기술 서적은 돈이 되는가?

아니오. 안됩니다. 아무리 어그로성 제목을 지었다고 해도 주제는 짚고 넘어가야죠. 우리나라의 인구는 2021년 기준 5100만 명이고 IT 개발자는 대략 100만 명이라고 합니다(출처: ChatGPT). 하지만 이건 IT 산업 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지 실제 개발자 수가 아닙니다. 실제로 코드를 짜는 개발자는 그중에서도 비율이 높지 않을 것 같아요. 웹, 모바일, AI, 시스템, 인프라, 임베디드 등등.. 여러 개발 직군을 감안했을 때 웹쪽 관련된 기술서를 쓰면 대상 독자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인세는 보통 출판사에서 8% ~ 12% 정도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세는 책 저자에게 돌아가는 수입 배분율을 의미합니다. 계산해 보면 몇 만 부가 아니라 몇십만 부는 팔아야 아 돈 좀 되겠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보통 기술서를 쓰면 2천 권 넘게 팔리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출판사에 계시는 분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생명력 또한 길지 않아 더 누적 판매 부수가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기술 명서들이 있죠. 아주 보기 드문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정도면 기술 서적은 돈이 되는가라는 주제에 걸맞은 글이 되었을까요?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는 두 번째 저서를 썼습니다. 왜 썼냐면요.

집필 힘들다면서 왜 또 쓰는건가

첫 책을 출간하면서 쓴 후기가 있습니다. 2018년에 썼네요.. 쓰고 읽고 고치고, 쓰고 읽고 고치고를 무한 번 반복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좋은 책을 쓰기 위해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과정이지만 힘들었어요. 그리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드립이죠. 네, 저도 싱글 쓰레드(Thread) 인간이라 책을 쓰는 동안 다른 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힘들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공부하고 싶었던 것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았는데 계속 똑같은 글을 다시 보는 과정 자체가 인고의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습니다.

출간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기도 하고 성취감도 많이 들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다시는 책 안 써야지 하는 마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 번째 책이 출간되네요. 생각해 보니 참 신기합니다.. ㅋㅋ

이 책은 Vue.js 책을 썼을 때와 상황이 꽤 비슷합니다. 온라인 강의온라인 타입스크립트 핸드북이 나와있던 상황에서 여러 출판사의 출간 제의를 받았죠. 강의 목차와 글의 내용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여러 출판사의 제의를 고사하던 찰나에 꾸준히 연락해 주신 편집자분이 계셨습니다. 몇 차례 메일 회신을 못했는데 지속적으로 안부를 여쭤봐 주셔서 죄송하면서도 감사했죠. 자연스럽게 집필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근처 서점에 들러서 시중에 나온 타입스크립트 책을 둘러보았습니다. 대다수가 역서이고 한국인이 집필한 저서는 입문자 관점에서 소화하기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쉽게 술술 읽히는 잘 정리된 책이 한 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한 권이 제가 쓴 책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은 커리어적인 고민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자꾸 사람들이 저를 특정 프레임워크와 동일시하고 프레임워크에 특화된 사람으로 인식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사용하기 편한 웹 사이트를 개발하는 건데 프레임워크에 매몰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았어요. 나 Vue.js 말고도 잘할 수 있는 게 많은데.. 보여줘야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번엔 프레임워크 책이 아니라 언어 책을 쓰게 됩니다.

이 책의 특징

이 책은 기존 온라인 강의와 타입스크립트 핸드북의 진화된 버전입니다. 인프런 타입스크립트 온라인 강의는 여전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타입스크립트 핸드북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리팩토링이 필요한 문서라고 생각해요. 이 두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동안 책에 새로 담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았습니다.

강의와 책을 제작할 때 늘 생각하는 그 마음. “내가 다시 처음부터 공부한다면 이걸로 배워야지”를 잊지 않고 저술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라서 그런가.. 한번 제 손에 닿는 거는 기깔나고 멋있게 잘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을 잃지 않았어요. 평일에 퇴근하고 혹은 주말에 하루 종일 카페에서 집필하던 시간이 이젠 습관이 되어 허전한 마음이 드네요. 그만큼 에너지를 쏟았던 재미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내게 타입스크립트란?

타입스크립트는 내가 개발하는 시간을 즐겁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실행 오류를 줄어주고 코드 유지 보수가 편해지고.. 뭐 이런 기술적인 소리 말구요. 그냥 자바스크립트로 작성할 때와 타입스크립트로 코드를 작성할 때 느끼는 경험이 많이 다릅니다. 작년에 인프콘 발표를 준비하면서 발표 자료에 넣었다 지웠던 장표가 생각납니다. DX(Developer Experience)라는 말. “타입스크립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할 때 더 편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코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장표를 길게 넣었었는데 분량 때문에 마지막에 다 지웠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에 발표한 점핏 TS 강연에서 다시 살리긴 했습니다 😆)

물론 자바스크립트의 슈퍼셋이라는 표현이라든지 팀 개발 생산성을 올려주는 도구라든지 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접근을 안 했을 뿐이에요. 이 즐거운 경험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해 보세요.

타입스크립트란?

만약,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온라인 강의나 이번에 출간되는 쉽게 시작하는 타입스크립트 도서를 추천드립니다.

쉽게 시작하는 타입스크립트 도서
인프런 타입스크립트 입문 강의

이후의 계획

책이 나왔으니 그동안 미뤄두었던 유튜브를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동안은 책에 집중한다고 계속 미루기만 했는데 이제는 정말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커뮤니티의 많은 동료분들과 얘기하고 교류하는 게 그립습니다. 아참, 그리고 출간 기념으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어요. 구독해 두시면 적절한 시기에 알림이 갈 것 같습니다 :)

그동안 미뤄두었던 신규 강의 개설과 기존 강의 업데이트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다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